마루 한편에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으시던 아주머니께서는 단청이 없는 낙선재가 참 좋다고 하셨다. 나는 그제야 단청이 무언지 알게 되었다. 문틀에 걸터앉아 흙 적시는 빗소리에 시간을 보냈다. 이따금씩 문화재 해설사를 동반한 관람객 무리가 머물렀다가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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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 20140803-1
어렸을 때부터 비 맞는 걸 상당히 싫어했는데,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으면서 비 맞는 것에 많이 둔감해졌다. 우산을 쓴 사람들의 모습들이 좋아졌다. 하지만 역시 비는 맞는 것보다 창이 활짝 열린 실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바삭한 촉감이 더해지면 천국이 ...
Kampong Phulk, Cambodia, 20141011-4
수상마을 한편에서 쪽배로 갈아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볐다. 물 위에 펼쳐진 숲 사이로 떨어지는 빛줄기는 경이로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맹그로브 숲을 둘러본 뒤 다시 큰 배로 갈아탔다. 마을을 벗어나 얼마나 지났을까. 뱃길 좌우로 펼쳐있던 수상식물들 대신 탁 트인 ...
Kampong Phulk, Cambodia, 20141011-3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짐을 쌌다. 마지막 일정이 끝나면 곧 공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짐을 다 싸고 잠시 숨을 돌린 뒤, 톤레삽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톤레삽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했다. 물이 적을 때에도 제주도가 쏙 빠지는 ...
Siem Reap, Cambodia, 20141011-2
마지막으로 프레아코를 들렀다. 돌을 조각해서 만든 유적의 아름다움에 항상 놀라지만, 돌에 새겨진 압살라 여인의 조각을 흔적도 없이 떼내간 도굴꾼의 실력에도 놀라곤 했다. 가는 곳마다 유적과 스펑나무가 힘겨루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뭐든지 아주 없앨 수는 ...
Siem Reap, Cambodia, 20141011-1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후엔 톤레삽 투어를 잡아두고, 일찍부터 앙코르와트를 다시 찾았다. 그래봐야 해는 이미 중천이었다. 이틀 전 둘러보았던 곳은 유유히 지나치고, 처음보다 무심하게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
Prasat Bakong, Cambodia, 20141010-2
프레아코 사원과 바콩 사원을 차례로 다녀왔다. 프레아코 사원에는 탑이 세 개 있었는데, 이 사원을 지었던 왕이 자신의 아버지가 왕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다른 선왕과 동등한 수준의 탑을 헌사했다고 한다. 대신 그 탑은 다른 두 탑보다 ...
Dam Dek, Svay Leu, Cambodia, 20141010-1
앙코르와트는 다음날 한번 더 들르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진행하는 투어를 이용했다. 로비 한쪽 벽면에 적힌 비교적 거리가 있는 유적에 대한 소개 몇 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물론 가진 시간이 넉넉하기도 했다. 댐덱에 있는 현지 시장 한쪽에 투어 차량이 ...
Siem Reap, Cambodia, 20141009-4
벌써 멀리서부터 빛나고 있었다. 미소 말이다. 원래 기념품 같은 건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어느새 미소에 빠져들었다. “하나에 1달러예요.” “이거 하나 주세요.” “2달러엔 세 개예요” 나는 ...
Siem Reap, Cambodia, 20141009-3
오랜 시간 머물러 있던 앙코르와트를 나와 프놈바켕으로 이동했다. 흡사 피라미드 같은 모양으로 높이 쌓아올린 돌무덤을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정작 그곳은 프놈바켕이 아니라 박세이참크롱이란 곳이었다. 지도상으로 두 군데가 거의 붙어있긴 했지만, 이런 실수를 ...
Siem Reap, Cambodia, 20141009-2
나는 여행지에서 귀동냥으로 듣는 지식을 정말 좋아한다. 물론 그러려면 귀에서 이어폰을 빼야 하지만 가끔씩은 충분히 그래도 될만한 지식을 얻곤 한다.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앙코르와트는 층마다 세계가 다르며, 3층은 천상계라고 했다. 그 위에서 보이는 ...
Siem Reap, Cambodia, 20141009-1
동남아를 여행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앙코르 유적이었다. 겸사겸사 베트남을 며칠 경유했고, 드디어 캄보디아 시엠립에서의 하루를 시작했다. 앙코르 유적의 어마어마한 규모도 규모지만, 사실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운 바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
Gochang, Korea, 20140727-2
해바라기가 농장 가득했지만, 어째 생기가 없어 보였다. 금방이라도 익을 듯한 햇빛에는 해바라기도 어쩔 수 없었는지, 대부분 고개를 제대로 들고 있지 않았고 심지어 해를 등진 애들도 많았다. JB도 얼마 걷지 못하고 그늘을 찾아갔다. 더위를 잊은 건지 아니면 ...
Gochang, Korea, 20140727-1
이른 시간부터 귀갓길에 올랐다. 혹시나 길이 막힐까 싶은 걱정 때문이었다. 점심은 영광에서 해결했다. 굴비 정식이 당연하다는 듯 밥상 위에 차려졌다. 출발이 빨랐더니 여유가 생겼다. 고창에 들르기로 했다. 봄철에는 청보리로 가득했던 곳 옆으로 해바라기가 잔뜩 ...
Vietnam, Cambodia, 20141008
희미한 외침에 눈이 떠졌다. 직원 한 분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캄보디아행 버스를 탈거냐고 물었다. 비몽사몽간에 그러겠노라 대답했지만, 다시 잠들 것 같은 몰골이었는지 자리를 뜨지 않고 연거푸 물어왔다. 무거운 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