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2016

Buan, Korea, 20160124

다시 눈떠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하얬다. 꽤 긴 시간 동안 눈 속에 파묻힌 도로 위를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서 움직였다. 도로 곳곳에 눈이 다져져 미끄러운 구간이 점점 늘어났고, 결국 오르막길 앞에서 줄지어 멈춰 섰다. 따뜻한 음악을 들으며 눈 속 세상을 ...

Gochang, Korea, 20160123

눈을 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목적지가 고창이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목적지에 상관없이 폭설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려가는 내내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봄철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학원농장으로 향하기 전 읍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

Taipei, Taiwan, 20160705

꿈같았던 시간 덕에 정신은 몽롱했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I는 헤어짐의 순간을 견디지 못했고, 또 한 번 눈물을 보였다.                   ...

Taipei, Taiwan, 20160704

우리는 단수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저녁마다 야시장을 이곳저곳 돌아다니긴 했지만 언제 또 대만을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해가 높은 시간의 대만 날씨는 덥고 습했다. 푹푹 찌는 게 사우나 같았다. 며칠 동안 야시장 위주로 돌아다녔던 우리는 ...

Taipei, Taiwan, 20160703

우리에게 대만은 여행지가 아니었다. 많은 곳을 둘러볼 필요가 없었고, 같은 시간 같은 곳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면 됐다.                    

Taipei, Taiwan, 20160702-2

자정이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던 우리는 일찍 일어날 리 만무했다. 게다가 3개월 만에 만난 우리는 뜨거웠다. 정신을 차리고 외출하니 이미 오후 5시가 넘어있었다. 대만에 있던 내내 그런 생활이 반복됐다.         ...

Taipei, Taiwan, 20160702-1

결국 우리는 대만에서 만났다. 가장 즉흥적이고, 가장 극적이며, 가장 애틋한 만남이었다. 물론 우리에게 그렇지 않은 만남은 없었다.                  

Korea, Taiwan, 20160701

I는 갑작스러운 휴가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 몰래 들어와 깜짝 놀래키려고 했지만 비행기 표가 너무 비싸 휴가 소식부터 전했다고 했다. 기쁘고도 긴박한 대화 끝에 I는 대만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고, 나 역시 대만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갑작스러운 휴가를 쓰기로 ...

Berlin, Germany, 20160416

일주일간 잘 썼던 동전지갑과 작별해야 했다. 일주일을 함께했던 I와 전철역에서 작별해야 했다. I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일주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첫 유럽 여행이자 사랑 찾아 떠나와 행복했던 일주일을 마음에 담고 공항으로 향했다. ...

Berlin, Germany, 20160415-2

하루가 분명 맑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I의 연습실로 향하는 길에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었다. 대부분 팬포커스로 맞춰놓고 한 손으로 찍었고, 이따금씩 우산을 내려놓고 초점링을 돌리며 비를 맞았다.   ...

Berlin, Germany, 20160415-1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I의 출근을 배웅하고 돌아온 나는 외출 준비를 하며 집안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에게든 I에게든 선물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I의 일이 끝나고, 같은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에 짧은 쇼핑을 시작했다. 옷 한 장 정도에 그 마음이 ...

Berlin, Germany, 20160414-3

우리는 마음에 드는 사진집을 하나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오랜 외출 뒤에 발을 씻고 나니 피로가 밀려왔다. 알람을 맞춰놓고 침대에 누웠다. 긴 시간을 쉬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이내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삼일 전 우연히 알게 된 공연을 가 볼 참이었다. ...

Chorin, Germany, 20160413-2

한적한 수도원 안쪽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새 인적이 꽤 늘어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 분들과 소풍 나온 아이들뿐. 젊은 청년들은 기차역에서부터 수도원까지 걸어오는 내내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