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F3

Berlin, Germany, 20160816

사진 찍을 땐 그렇게 빛을 쫓아다녔는데, 눈병에 걸렸더니 빛만 보면 눈물범벅으로 고생을 했으니,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Buan, Korea, 20160124

다시 눈떠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하얬다. 꽤 긴 시간 동안 눈 속에 파묻힌 도로 위를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서 움직였다. 도로 곳곳에 눈이 다져져 미끄러운 구간이 점점 늘어났고, 결국 오르막길 앞에서 줄지어 멈춰 섰다. 따뜻한 음악을 들으며 눈 속 세상을 ...

Gochang, Korea, 20160123

눈을 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목적지가 고창이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목적지에 상관없이 폭설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려가는 내내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봄철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학원농장으로 향하기 전 읍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

Berlin, Germany, 20160415-2

하루가 분명 맑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I의 연습실로 향하는 길에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었다. 대부분 팬포커스로 맞춰놓고 한 손으로 찍었고, 이따금씩 우산을 내려놓고 초점링을 돌리며 비를 맞았다.   ...

Berlin, Germany, 20160414-3

우리는 마음에 드는 사진집을 하나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오랜 외출 뒤에 발을 씻고 나니 피로가 밀려왔다. 알람을 맞춰놓고 침대에 누웠다. 긴 시간을 쉬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이내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삼일 전 우연히 알게 된 공연을 가 볼 참이었다. ...

Berlin, Germany, 20160411-3

집 근처 아시아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물론 끼니마다 맥주도 빠지지 않았다. 음식점을 나와 사진을 한 장 막 찍으려던 차에 어느 중년부부가 우리 옆을 지나갔다. 아주머니는 우리 쪽을 힐끗 보시고는 사진을 찍어주겠노라 하셨고, 우리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Berlin, Germany, 20160411-2

반제에서의 이틀 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날은 도착이 늦었고, 둘째 날은 포츠담을 다녀왔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정작 반제에서의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역 근처에 도착했지만 바로 타지는 않았다. 대신 I를 따라 도착한 선착장에서 ...

Berlin, Germany, 20160410-2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풍기는 향기가 있다. 만들어내지 않은 고유한 향기가 있다. 내 사진에도 그 향이 있기를 바란다. 함께한 순간의 향과 기운과 기분과 떨림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시간이 우리 것이어서 좋다. 우리의 살갗이 우리 ...

Berlin, Germany, 20160410-1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나의 눈이 주시하는 것을 행복해하는 그녀가 있으니 이제 죽을 때까지 사진 찍을 일만 남았다.          

Berlin, Germany, 20160409-4

짧은 베를린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인 주말 연휴가 시작됐다. 휴가를 내고 찾아간 베를린이지만, I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사실상 하루를 온전히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었다. 번잡한 곳을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먼 곳은 아니어도 됐다. 우리는 반제로 ...

Berlin, Germany, 20160409-1

지난밤 오랜만에 만난 I는 살짝 어색해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매일 다른 시간에 지내며 화상 통화로 봐온 상대를 같은 시간에 만지게 되었으니 그럴만했다. 나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I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고, 나도 곧 일어나 카메라를 ...

Seoul, Korea, 20160211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노량진에 들렀다. 수산 시장으로 더 유명한 노량진이지만 우리가 간 곳은 막창집이었다. 그녀가 독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같이 가고 싶던 곳이었다.    

Incheon, Korea, 20160210-2

숙소를 나와 비조봉을 올랐다가 서포리 해변으로 내려왔다. 섬인데다 명절 연휴였던 때라 해변에 우리밖에 없었던 게 당연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둘도 없는 그 시간을 만끽했다. 멀리 있던 바다가 손에 잡힐 정도로 다가올 동안 우리는 세상 가장 행복했다. ...

Incheon, Korea, 20160210-1

우리는 어쩌다 보니 처음 대화를 나눈지 이틀 만에 사귀게 되었다. 신중하게 생각한 뒤 그녀의 마음을 받았고,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영화 같은 일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보름 후에 I가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사이에 구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