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m Reap, Cambodia, 20141009-4

벌써 멀리서부터 빛나고 있었다. 미소 말이다. 원래 기념품 같은 건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어느새 미소에 빠져들었다.

“하나에 1달러예요.”
“이거 하나 주세요.”
“2달러엔 세 개예요”

나는 결국 세 개를 골랐고, 여행 중 딱 한 번 동의를 구하고 카메라로 눈을 마주쳤다. 아이는 또 한 번 웃어 주었다.

영화와 게임 <툼레이더>의 배경이기도 한 타프롬. 유적의 시간은 벌써 오래전에 멈춰 있지만 스펑나무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매우 느리지만 대단히 끈질기게. 유적을 훼손시키는 모습이 흡사 주거침입 같아 보였지만, 애초에 우리가 자연의 터전을 침입한 것이니 서운해할 일은 아니다. 마치 힘겨루기를 하는 듯, 유적과 그것을 둘러싼 자연의 모습 모두 보물이었다. 더 늦기 전에 앙코르 유적을 찾은 이유이다.

툭…. 툭….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 비에 서둘러 타프롬을 빠져나와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비를 입고 가방을 멜까? 가방을 메고 우비를 입을까?

툭… 투두둑..투둑..
늘어난 빗방울에 서둘러 출발했다. 우비를 먼저 입었는지 가방을 먼저 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쏴아-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굵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폭우 속을 뚫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더니, 몇 분뒤 지붕 하나가 보였다. 다짜고짜 천막 아래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이 비에 어떻게 자전거를 더 탈수 있겠냐’는 뜻을 담아 미소를 보냈다. 그 분도 ‘그래 비에 맞은 꼴이 참 불쌍해 보인다’는 듯한 미소를 보내셨다. 고마운 마음에 야자수 음료를 하나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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