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sia

Jeju, Korea, 20150216-2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차에 돌아와 앉았더니 그제야 배가 엄청 고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도 안 먹고 세 시간을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저녁 먹을 곳을 찾기 위해 한 명은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고, 다른 한 명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지만, 가까운 곳에 마땅히 ...

Asan, Cheonan, Korea, 20151128

해온 생각은 많지만 내일을 생각할 줄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이 돼봐야 안다고 생각하고, 설령 그것이 몇 년 후의 일이라도 그때의 내가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지금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가 흔히 말하는 통념과 속설들을 마음에 담거나 입으로 ...

Jeju, Korea, 20150216-1

사려니 숲을 다시 찾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너무 좋았던 텅 빈 길을 세 시간 남짓 걸어 반대편 끝에 도착했다. 두고 온 차를 가지러 다시 세 시간 거리를 걸어서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마터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뻔한 위기를 ...

Jeju, Korea, 20150215-3

사려니 숲을 다시 들어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바로 숙소를 찾아가기엔 너무 일렀다. 마땅히 주위에 갈만한 곳을 알지 못해 잠시 고민한 뒤, 두모악으로 향했다. 긴 시간 동안 용눈이 오름의 모습을 담아온 김영갑 작가의 갤러리였다. 추적추적 계속 ...

Jeju, Korea, 20150215-2

용눈이 오름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뿐이어서 그냥 걸었는데, 사실 우산이 없었다. 다만 지난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을 두 아이가 만족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져버린 억새로 뒤덮인 오름을 오르며 하늘에 오르는 기분을 즐기는 와중에 문득 ...

Jeju, Korea, 20150215-1

지난밤 나는 용눈이 오름 홍보대사였다. 좋아하는 건 온갖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반면에 그 외에는 너무하리만큼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인데, 용눈이 오름을 얘기하는 나의 눈빛이 얼마나 초롱초롱 빛났을지는 거울을 안 봐도 알 것 같다. 결국, 다음날 우도를 들어가려던 ...

Jeju, Korea, 20150214

5시 45분으로 알고 있던 비행기는 5시에 떠났다. 그래도 다행히 얼마의 추가 비용으로 6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제주 여행 처음으로 차를 렌트했고, 게스트하우스는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예약했다. 우연스럽게도 전날 밤 회사 선배가 한 군데를 알려준 게 ...

Sapporo, Japan, 20140103-2

그전에는 눈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몹시 좋아졌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하얀 세상에서 실루엣이 되었고, 색들은 색 자체로 빛이 났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머리나 마음 어딘가에 그 존재가 짙게 자국 남았다. 그 뒤로 많은 계획을 ...

Sapporo, Japan, 20140103-1

아무리 애를 써도 렌트한 차를 언제 반납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뒤질수록 머리가 하얘지는 게, 머릿속에 눈만 가득 찼나 보다.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남았는지,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삿포로의 거리를 마지막으로 산책했다. 때마침 삿포로 역 ...

Biei, Sapporo, Japan, 20140102-4

나는 항상 자연과 마주할 때가 가장 편했다.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이유도 자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 비에이의 겨울 풍경에 넋을 잃었고,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했다. 근데 그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나와 J는 ...

Biei, Sapporo, Japan, 20140102-3

지난밤 피로에 지친 몸을 따뜻하게 감싸던 이불을 살짝 걷어낸다. 옆 침대를 쳐다보니 나와 J의 짐들로 어지럽혀 있다. 싱글 침대가 두 개였지만, 잠은 침대 한 개로 충분했다. 하루 종일 추운 곳을 오가다 보니 씻자마자 몰려오는 피로감에 잠이 들었고, 해가 ...

Biei, Sapporo, Japan, 20140102-2

다쿠신관을 들려 몸을 녹이며 사진을 감상했다. 비에이의 모습에 반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비에이를 유명하게 만든 마에다 신조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제주도의 모습, 특히 용눈이 오름을 여러 해 사진으로 담아 그 깊이를 ...

Seoul, Korea, 20160109

2016년은 시작이 바쁘다. 오랜시간 마음으로 품어왔던 사진에 대한 욕심이 다가진(DAGAZINE)이란 모습으로 구체화되었고, 같이 하게 될 크루들도 윤곽이 잡혔다. 아직은 개개인이 해오던 혹은 해야 할 것들이 있는 시기라 다같이 모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

Biei, Sapporo, Japan, 20140102-1

단잠을 자고 일어나 비에이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맞이했지만, 우리를 태우고 움직여야 할 차는 아직 눈이불을 덮고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J는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불리는 나무를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고, 다시 들른 그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멍멍이를 만나기도 ...

Incheon, Korea, 20151025

섬을 빠져나오기 전에 선착장 반대쪽 끝에 있는 촛대바위를 가보기로 했다. 크지 않은 섬이었지만, 걷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출항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방을 정리하고 짐을 챙긴 후 민박집 아저씨께 찾아갔다. ”아저씨, 죄송한데 저희 촛대바위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