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heon, Korea, 20151025

섬을 빠져나오기 전에 선착장 반대쪽 끝에 있는 촛대바위를 가보기로 했다. 크지 않은 섬이었지만, 걷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출항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방을 정리하고 짐을 챙긴 후 민박집 아저씨께 찾아갔다. ”아저씨, 죄송한데 저희 촛대바위까지만 태워다 주실 수 있으세요?”. 순박한 미소가 얼굴 가득하셨던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언능 차에 타라고 하셨고, 기분 좋게 차로 가던 나는 아저씨께 이불도 깔끔하게 개어놨다고 말씀드렸지만, 듣지는 못하신 것 같았다. 봉고차 대신 트럭에 타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트럭 뒤 칸에 서서 계절바람을 즐겼다.

해변에 내려 촛대바위까지 걷는 사이, 문득 지난밤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와 E는 훗날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달빛을 조명 삼아 알몸으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얘기하는 내내 묘한 떨림과 기대감에 신이 났다. 촛대바위를 둘러보고 선착장까지 걷는 내내 주위를 스쳐간 사람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고, 한산한 섬길 따라 이 계절을 온전히 만끽했다. 어제 오후부터 찍어온 필름 한 롤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선착장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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