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자연과 마주할 때가 가장 편했다.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이유도 자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 비에이의 겨울 풍경에 넋을 잃었고,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했다. 근데 그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나와 J는 휴가를 맞춰 일주일간 홋카이도에 머물렀고, 시간은 흩날리던 눈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갔다 왔지만, 이게 진짜 갔다 온 건지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기분은 아득한 게 꿈만 같았다.
어느덧 홋카이도 겨울 여행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비에이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내비게이션은 아사히카와 쪽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라고 알려줬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린 탓에 고속도로가 구간 통제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국도를 이용하였는데, 다행히 오래지 않아 통제가 풀려있는 구간을 만났다. 안도하고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비에이에서 시간을 꽤 지체하였고, 고속도로에 들어서기까지도 시간을 꽤 허비한 탓에 속도를 올렸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타고 있는 차가 바닥을 딛고 달린다기 보다, 빙판 위를 미끄러져 가는 듯한 느낌에 어찌나 아찔했는지 모른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였고, 늘어난 고속도로 위의 시간은 잔잔한 음악으로 채웠다. 마지막 밤, 다시 삿포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