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Korea, 20150215-3

사려니 숲을 다시 들어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바로 숙소를 찾아가기엔 너무 일렀다. 마땅히 주위에 갈만한 곳을 알지 못해 잠시 고민한 뒤, 두모악으로 향했다. 긴 시간 동안 용눈이 오름의 모습을 담아온 김영갑 작가의 갤러리였다. 추적추적 계속 내리는 비가 기분을 더 차분하게 했다. 매표를 하고 처음 들어선 전시관에서 김영갑 작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고, 다른 전시관에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공들여 감상했다. 짧지 않은 노출시간으로 여러 움직임을 담아낸 그의 사진에서 바람을 보았다.

건물 주위를 조금 맴돌다 숙소로 향했다. 그 밤은 많은 일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형 한 분이 나를 용눈이 오름에서 봤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있었던 시간은 다르지만 김영갑 갤러리에서 느꼈던 각자의 감상을 나누어 즐거웠다. 술에 취해 갑자기 없어진 아이를 찾아다닌 것도 우스웠고, 오랜 음악에 젖어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 H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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