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Korea, 20150215-2

용눈이 오름에 도착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뿐이어서 그냥 걸었는데, 사실 우산이 없었다. 다만 지난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을 두 아이가 만족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져버린 억새로 뒤덮인 오름을 오르며 하늘에 오르는 기분을 즐기는 와중에 문득 ‘설마 제일 높이 올랐을 때 비가 제일 많이 오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나는 비를 맞아도 좋았지만, 둘은 그럴 리 없었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사려니 숲에 도착할 무렵엔 빗줄기가 굵어졌다. 지난 여행 때는 사려니 숲을 가려고 근처의 욜 게스트하우스까지 갔었지만, 형 한 분과 다음날 동선을 같이 하는 바람에 코앞에서 이별해야 했었다. 이번 여행 때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비까지 오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우산도 준비했다. 하지만 하늘은 날 돕지 않았다. 10분여 정도 들어갔는데 두 아이를 슬쩍 보니 궂은 날씨에 걷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왔던 길을 돌아 나와 사려니 숲 앞에서 헤어졌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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