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2014

Busan, Korea, 20140816-2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H였다. 우연히 지인의 집을 빌려 부산에 가게 되었다고 했고, 시간 되면 나와 J도 같이 가자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S의 뱃속에서 꿈틀대는 쑥쑥이까지 합쳐서 총 다섯이었다. 둘러볼 곳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나에게 ...

Busan, Korea, 20140816-1

식탐이 없는 나는 메뉴판에 관심이 없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키겠는데, 그런 경우도 별로 없다. 그리고 이미 메뉴 고르기에 열중인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그런 그들을 찍어보거나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그저 지켜보기를 좋아한다.   ...

Gwangyang, Korea, 20140322-2

사진을 취미 삼다 보니 여행을 많이 떠난다. 아니,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사진을 많이 찍는 걸까. 무엇이 우선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덕분에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많이 걷게 되었고, 계절을 장식하는 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 하나에 큰 ...

Seoul, Korea, 20140329

나의 대학생활을 수놓았던 동아리 목방에는 큰 행사가 몇 개 있다. 새로운 임원진이 처음 꾸리는 MT인 LT(Leadership Training), 목방의 생일을 기념하는 창립제, 그리고 그해 갈고닦은 솜씨로 가을 축제 때 뽐내는 전시회. 그중에서도 창립제는 ...

Gwangyang, Korea, 20140322-1

제주도가 아닌 내륙을 여행하는데 비행기를 탄 건 처음이다. 주말 이틀뿐이었지만, 멀리 섬진강 자락 따라 올라오고 있는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여수 공항에 도착 후, 차를 렌트하고 광양 매화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채 점심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사람들로 ...

Sapporo, Japan, 20140103-2

그전에는 눈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몹시 좋아졌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하얀 세상에서 실루엣이 되었고, 색들은 색 자체로 빛이 났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머리나 마음 어딘가에 그 존재가 짙게 자국 남았다. 그 뒤로 많은 계획을 ...

Sapporo, Japan, 20140103-1

아무리 애를 써도 렌트한 차를 언제 반납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뒤질수록 머리가 하얘지는 게, 머릿속에 눈만 가득 찼나 보다.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남았는지,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삿포로의 거리를 마지막으로 산책했다. 때마침 삿포로 역 ...

Biei, Sapporo, Japan, 20140102-4

나는 항상 자연과 마주할 때가 가장 편했다.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이유도 자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 비에이의 겨울 풍경에 넋을 잃었고,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했다. 근데 그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나와 J는 ...

Biei, Sapporo, Japan, 20140102-3

지난밤 피로에 지친 몸을 따뜻하게 감싸던 이불을 살짝 걷어낸다. 옆 침대를 쳐다보니 나와 J의 짐들로 어지럽혀 있다. 싱글 침대가 두 개였지만, 잠은 침대 한 개로 충분했다. 하루 종일 추운 곳을 오가다 보니 씻자마자 몰려오는 피로감에 잠이 들었고, 해가 ...

Biei, Sapporo, Japan, 20140102-2

다쿠신관을 들려 몸을 녹이며 사진을 감상했다. 비에이의 모습에 반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비에이를 유명하게 만든 마에다 신조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제주도의 모습, 특히 용눈이 오름을 여러 해 사진으로 담아 그 깊이를 ...

Biei, Sapporo, Japan, 20140102-1

단잠을 자고 일어나 비에이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맞이했지만, 우리를 태우고 움직여야 할 차는 아직 눈이불을 덮고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J는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불리는 나무를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고, 다시 들른 그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멍멍이를 만나기도 ...

Biei, Japan, 20140101-5

내내 눈이 왔고, 간혹 보이는 검은색 실루엣들이 내 위치를 짐작게 했다. 세차게 눈을 내리던 구름이 잠시라도 걷힐 때면, 눈부시게 파란 바다가 하늘에 펼쳐졌다. 빨갛고 고왔던 J는 하얀 세상에서 빛났고, 눈보라 속에서 더없이 빛났다. 비에이를 벗어날 수 ...

Biei, Japan, 20140101-3

눈으로 덮인 세상은 내가 그려왔던 모습보다 훨씬 더 인상 깊었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았지만, 고요한 풍경에 빠져있다 보면 그 온도를 느끼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잠시 멈춰 원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타면, 듣기 좋은 음악이 다시 몸을 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