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20140329

나의 대학생활을 수놓았던 동아리 목방에는 큰 행사가 몇 개 있다. 새로운 임원진이 처음 꾸리는 MT인 LT(Leadership Training), 목방의 생일을 기념하는 창립제, 그리고 그해 갈고닦은 솜씨로 가을 축제 때 뽐내는 전시회. 그중에서도 창립제는 가장 많은 동문 선배들이 찾아오시는 행사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하고 한 해의 액운을 쫓는 고사를 지켜본다. 한 해 잘 지내게 해달라고 절 올리고, 조금씩 마련한 고사비를 입에 물린다. 한 사발 따른 막걸리를 사이좋게(?) 나눠마시고, 먹다 배불러 남은 양은 고시레를 외치며 주변에 흩뿌린다. 창립제의 하이라이트이다. 눈치껏 뿌려야지 무턱대고 뿌렸다간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고사가 끝나면 자리를 한번 정리한 뒤, 임원진이 준비한 놀이 몇 가지를 즐긴다. 2인 3각, 못 빨리 박기, 나뭇조각 등 맞대고 옮기기, 림보 등 간단하지만 심심할 새 없는 놀이들이다. 한바탕 웃고 떠든 후, 다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저녁 시간을 함께한다. 몇몇은 창립제가 있던 날 집에 돌아가기도 하지만 대개 창립제 다음 날 집에 돌아간다. 다들 동아리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가 보다. 물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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