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눈이 왔고, 간혹 보이는 검은색 실루엣들이 내 위치를 짐작게 했다. 세차게 눈을 내리던 구름이 잠시라도 걷힐 때면, 눈부시게 파란 바다가 하늘에 펼쳐졌다. 빨갛고 고왔던 J는 하얀 세상에서 빛났고, 눈보라 속에서 더없이 빛났다. 비에이를 벗어날 수 ...
Category Asia
Biei, Japan, 20140101-4
이 하얀 세상 어딘가에 파묻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Biei, Japan, 20140101-3
눈으로 덮인 세상은 내가 그려왔던 모습보다 훨씬 더 인상 깊었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았지만, 고요한 풍경에 빠져있다 보면 그 온도를 느끼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잠시 멈춰 원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타면, 듣기 좋은 음악이 다시 몸을 녹였다. ...
Biei, Japan, 20140101-2
눈에 파묻혀 하얗고 하얀 세상 속에 빨간색 옷을 입은 아이가 있었다. 마음은 남아있지 않지만,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Biei, Japan, 20140101-1
그칠 줄 모르는 눈을 보면서, 역시 홋카이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지난밤을 시로가네 온천에서 보낸 이유는 온천도 온천이었지만, 흰수염 폭포와 청의 호수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시로가네 온천 외에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
Seoul, Korea, 20151205
합정에 있는 <빈브라더스>에서 H 선생님하고 커피나 마시며 주식 이야기를 떠들었다. 둘 다 딱히 할게 없어 보였고, 내 앞의 커피는 간혹 이야기 줄기가 멎을 때마다 한 모금씩 사라졌다. 얼음이 녹을 때마다 시간 흐르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고, 몇 ...
Sapporo, Biei, Japan, 20131231-3
오타루, 노보리베츠, 그리고 삿포로를 거친 것은 사실상 맛보기에 불과했다. 하얗게 눈 덮인 비에이 사진 한 장이 날 홋카이도에 오게 만들었다. 이제 그 주인공을 만나러 갈 차례다. 비에이는 홋카이도의 중앙 부근에 있어 교통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곳 저곳을 ...
Sapporo, Biei, Japan, 20131231-2
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곧 외국에서 맞는 첫 새해를 경험할 생각에 잔뜩 신나있었다. 분주한 도시에 있기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삿포로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다시 들를 예정이었다. 삿포로에서 하루 묵은 것은 순전히 비에이를 가기 위한 차를 ...
Seoul, Korea, 20151127
약속시간보다 충분히 일찍 도착해서 주위를 걷길 좋아한다. 지하철 몇 정거장씩 떨어진 곳에 내려 약속 장소까지 걷길 좋아한다. 근데 이상하게 2015년도엔 약속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던 때가 더 많았다. 늦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
Sapporo, Biei, Japan, 20131231-1
매일 숙소를 옮겨 다녔는데, 다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Noboribetsu, Sapporo, Japan, 20131230-4
홋카이도에서의 세 번째 밤을 세 번째 도시에서 맞이하였으니, 그때의 나는 참 부지런하고 의욕이 넘쳤나 보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잠시 앉아 숨을 돌린 뒤 찾아간 라멘집은 홋카이도 도지사 상을 수상한 곳이라 했다. 원래 기름진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
Noboribetsu, Sapporo, Japan, 20131230-3
지옥계곡을 지나 눈이 닿는 데로 길을 걸었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온천 호수인 오유누마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니, 온기 가득한 유황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탕이 있었다. 잠시 신발을 벗고 온기를 만끽했다. 계곡 따라 산책을 마치고 나오니, 이런저런 건물들이 ...
Noboribetsu, Sapporo, Japan, 20131230-2
이름도 무서운 지옥계곡이지만, 눈 이불 덮고 새근새근 숨 쉬는 모습은 전혀 지옥이지 않았다.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이다. 그리고 여행하는 이유이다. ...
Noboribetsu, Sapporo, Japan, 20131230-1
지난밤은 숙소까지 찾아가는 게 참 힘들었다. 원래 예정된 목적지는 노보리베츠였지만, 핸드폰 어플로 구한 값싼 숙소는 무로란에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노보리베츠 역에 내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숙소가 보이지 않아 다시 확인해보니 히가시 무로란 ...
Otaru, Japan, 20131229-3
건물도 별로 없고 넓지도 않은 동네를 조금 걷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됐다. ’올 때는 택시를 탔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한 시골 마을인지라 돌아갈 차편이 어려울 것이 분명했지만, 미리 생각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내 걱정은 배에 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