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은 숙소까지 찾아가는 게 참 힘들었다. 원래 예정된 목적지는 노보리베츠였지만, 핸드폰 어플로 구한 값싼 숙소는 무로란에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노보리베츠 역에 내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숙소가 보이지 않아 다시 확인해보니 히가시 무로란 역에서 내렸어야 했다. J에게 미안했다. 겨우 두 세 정거장 차이였지만, 전철이 잦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힘겹게 도착한 히가시 무로란은 너무 추웠다. 늦은 시간인데다 몸도 지쳐있던 탓에 추위가 더 거세게 느껴졌다. 역에 있던 편의점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맥주와 각종 비타민 음료를 사들고 역을 나섰다. 호텔까지 걸어가는 3분 동안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실은 내가 잠을 잔 곳의 지명이 무로란인지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무튼 정말 딱 잠만 자고 무로란을 벗어난 셈이다. 노보리베츠를 들른 이유는 온천 때문이었다. 지구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숨을 쉬는 것 같은 지옥계곡을 먼저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