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Korea

Mokpo, Korea, 20140726-4

태권도 학원에서 놀러 온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아직 뭐하고 놀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곧 하늘이 주신 기회가 찾아왔다. 있는 힘껏 물풍선을 던지는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 보였지만,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이름 따라 평화로운 장면이 여기저기 가득했던 평화광장을 ...

Mokpo, Korea, 20140726-3

아저씨는 연거푸 ‘일본 놈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시간은 흐르지만 흔적까지 지울 순 없는 법이다. 마을엔 도로가 격자로 놓여있었다. 식민지 정책을 위해 조성된 탓이었다. 바둑판 같은 거리는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일본 식민지의 잔재라고 하니 ...

Mokpo, Korea, 20140726-2

10년 전 일이다. 입대일이 얼마 남지 않은 JB에게서 연락이 오더니, 같이 갈 사람이 없다며 동해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대학교 2학년을 다니고 있었고, 고향의 친구들은 대부분 1학년을 마치고 입대 한 상태였다. 생활하랴 연애하랴 수중에 돈이 한 ...

Mokpo, Korea, 20140726-1

지난밤 퇴근하자마자 천안으로 향했고, JB를 만나 목포로 출발했다.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 새벽에 도착했지만, 큰 기대 않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좋은 곳을 알려주셔서 두 팔 두 발 뻗고 잠들었다. 여관에서 나오니 저 멀리 쭉 뻗어있는 길 ...

Seoul, Korea, 20150530-1

성북동의 경계쯤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버스를 타고 북악산 자락을 올랐고, 성곽을 따라 30분여 올라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하니, 발아래로 성북동이 보였다. 내려오는 길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모임을 이끈 G를 따라 만해 한용운 님이 생을 마감한 심우장과 최순우 ...

Busan, Korea, 20140816-2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H였다. 우연히 지인의 집을 빌려 부산에 가게 되었다고 했고, 시간 되면 나와 J도 같이 가자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S의 뱃속에서 꿈틀대는 쑥쑥이까지 합쳐서 총 다섯이었다. 둘러볼 곳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나에게 ...

Busan, Korea, 20140816-1

식탐이 없는 나는 메뉴판에 관심이 없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키겠는데, 그런 경우도 별로 없다. 그리고 이미 메뉴 고르기에 열중인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그런 그들을 찍어보거나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그저 지켜보기를 좋아한다.   ...

Chuncheon, Korea, 20150404

그랬던 때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다. 그랬던 때 뒤에 그렇지 않은 때가 오지 않을 순 없을까. 그렇지 않은 때 뒤에 그랬던 때가 온전히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꽃은 피었다가 지고 다시 피었다가 진다. 지금 핀 꽃이 지고 새로 날 꽃은 지금의 꽃과 ...

Jeju, Korea, 20160201-2

지난밤 친해진 두 아이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잔뜩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해서야 내 생일임을 깨달았고, 두 아이로부터 생일 축하를 엎드려 절 받듯 받았다. 제주에 머무른 기간은 짧았지만, 용눈이 오름을 빼먹을 순 없었다. 용눈이 오름을 위해 흑백 필름도 챙긴 ...

Jeju, Korea, 20160201-1

밤이 깊어가고 빈 술병이 많아지면서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더니, I와 나만 남았다. 남은 술은 많지 않았지만, 남은 얘기가 많았는지 그렇게 동틀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고, 무엇 때문인지 나를 좋게 본 I는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했다. 졸려 하는 I를 조금 더 ...

Jeju, Korea, 20160131-2

우리는 마치 (가본 적도 없는) 스칸디나비아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같이 걸은 발자국의 꼬리가 꽤 길어졌을 무렵 각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자아내는 나의 시간적 배경에 대해 얘기했다. ...

Jeju, Korea, 20160131-1

지난밤엔 기절했다. 올랐던 한라산에 체력을 잃었고, 마셨던 한라산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매번 그랬듯, 방이 아닌 평상에서 잠을 깼다. 한참을 비몽사몽한 뒤에야 몸을 일으켰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그대로 좀 더 빈둥빈둥 대다가, 연통의 잿가루를 ...

Seoul, Korea, 20160110

믿음이란 건 쉽게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지만, 쉽게 주거나 받아서도 안된다. 본디 그것 자체가 겹겹이 쌓인 시간이 천천히 굳어진 후에야 비로소 단단해진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시간이 굳어지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가게 되면, 잘 굳지 않거나 굳어진 후에도 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