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2016

Korea, Germany, 20160408-1

어쩌다가 싶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I를 봐야 했다. I가 독일로 돌아가기 전 우리가 같이 한 시간은 고작 열흘 남짓이었지만, 확신이 생기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렇다 할 계기가 없어 아직 아시아 대륙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내가 베를린으로 향했다. 배를 뺀 ...

Seoul, Korea, 20160626

무심코 돌아본 때에도 아직 내 주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필요한 경우가 있어 나를 찾는 사람이 있고, 필요한 때에만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 호기심에 나를 찾는 사람이 있고, 그리움에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 ...

Seoul, Korea, 20160211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노량진에 들렀다. 수산 시장으로 더 유명한 노량진이지만 우리가 간 곳은 막창집이었다. 그녀가 독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같이 가고 싶던 곳이었다.    

Incheon, Korea, 20160210-2

숙소를 나와 비조봉을 올랐다가 서포리 해변으로 내려왔다. 섬인데다 명절 연휴였던 때라 해변에 우리밖에 없었던 게 당연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둘도 없는 그 시간을 만끽했다. 멀리 있던 바다가 손에 잡힐 정도로 다가올 동안 우리는 세상 가장 행복했다. ...

Incheon, Korea, 20160210-1

우리는 어쩌다 보니 처음 대화를 나눈지 이틀 만에 사귀게 되었다. 신중하게 생각한 뒤 그녀의 마음을 받았고,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영화 같은 일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보름 후에 I가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사이에 구정 ...

Jeju, Korea, 20160201-2

지난밤 친해진 두 아이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잔뜩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해서야 내 생일임을 깨달았고, 두 아이로부터 생일 축하를 엎드려 절 받듯 받았다. 제주에 머무른 기간은 짧았지만, 용눈이 오름을 빼먹을 순 없었다. 용눈이 오름을 위해 흑백 필름도 챙긴 ...

Jeju, Korea, 20160201-1

밤이 깊어가고 빈 술병이 많아지면서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더니, I와 나만 남았다. 남은 술은 많지 않았지만, 남은 얘기가 많았는지 그렇게 동틀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고, 무엇 때문인지 나를 좋게 본 I는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했다. 졸려 하는 I를 조금 더 ...

Jeju, Korea, 20160131-2

우리는 마치 (가본 적도 없는) 스칸디나비아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같이 걸은 발자국의 꼬리가 꽤 길어졌을 무렵 각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자아내는 나의 시간적 배경에 대해 얘기했다. ...

Jeju, Korea, 20160131-1

지난밤엔 기절했다. 올랐던 한라산에 체력을 잃었고, 마셨던 한라산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매번 그랬듯, 방이 아닌 평상에서 잠을 깼다. 한참을 비몽사몽한 뒤에야 몸을 일으켰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그대로 좀 더 빈둥빈둥 대다가, 연통의 잿가루를 ...

Seoul, Korea, 20160110

믿음이란 건 쉽게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지만, 쉽게 주거나 받아서도 안된다. 본디 그것 자체가 겹겹이 쌓인 시간이 천천히 굳어진 후에야 비로소 단단해진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시간이 굳어지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가게 되면, 잘 굳지 않거나 굳어진 후에도 매우 ...

Jeju, Korea, 20160130-2

나는 설국을 다시 보고 싶었다. 눈앞을 가득 채운 혹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세상을 다시 보고 싶었다. 일본의 홋카이도나 시라카와를 가볼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게으른 바람에 비싸져버린 비행기 값과 혼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져버린 탓에 결국 포기했다. 대신 ...

Jeju, Korea, 20160130-1

나흘짜리 제주여행이라니, 여태 제주여행 중 가장 짧았다. 생각해둔 목적지는 한라산뿐이었고 그마저도 둘째 날 갈지 셋째 날 갈지 제주에 도착해서도 몰랐다. 늦은 시간 도착해 짐을 푸는데 같은 방 여행객의 짐이 누가 봐도 산행 차림이었다. 한라산 가시냐는 물음으로 ...

Jeju, Korea, 20160129

늘 그렇듯 묵혀있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여행이 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그날 밤은 참 억울했다. 휴가를 허락받는 타이밍의 문제로 상사에게 핀잔을 들었고, 눈치를 한참 보는 바람에 퇴근이 늦었다. 하필, 아니 당연하게도 짐을 싸 ...

Yeongi, Korea, 20160208

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는 한참 지났지만 내 핸드폰에는 아직 할머니와 외할머니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다. 딱히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주소가 하나씩 적혀있다. 핸드폰 음성인식을 키고 “외할머니 집으로 가자”라고 ...

Paju, Korea, 20160214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하루가 흐르는 것을 인지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있던 곳을 떠나는 마음이 나보다 편할 리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속 잡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