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친해진 두 아이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잔뜩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해서야 내 생일임을 깨달았고, 두 아이로부터 생일 축하를 엎드려 절 받듯 받았다. 제주에 머무른 기간은 짧았지만, 용눈이 오름을 빼먹을 순 없었다. 용눈이 오름을 위해 흑백 필름도 챙긴 터였지만, 24방짜리를 챙긴 탓에 다 써버리고 없었다. 남아있는 술기운과 같이 있던 두 아이 덕에 마음은 가뿐했지만, 곧 헤어진다는 아쉬운 생각을 조금 들고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생애 가장 강력했던 강풍을 만나 누구는 발을 못 떼고, 누구는 주저앉기도 했다. 오래 기억될 시간이었지만, 오래 있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