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대한민국을 반으로 가르며 머나먼 통영 땅을 밟았다.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불린다고 했지만 나폴리를 안 가봤으니 그냥 나폴리를 이태리의 통영으로 알고 있기로 했다. 생전 처음 맛보는 멍게 해초 비빔밥을 먹고, 책에서 보았던 벽화마을로 이동했다. 동쪽에 있는 비랑(비탈의 사투리)이라 하여, 동피랑 마을. 비탈 위에 있어서인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할머니랑 시장 가던 모습이 겹쳐 떠오르면서 정겨운 미소가 번졌고, 이따금씩 옛 기억이 살아나곤 했다.
어렸을 땐 넘어져 상처가 나면 그곳에 모래를 뿌렸다. 당연히 따가웠다. 세균 뭐 이런 건 잘 몰랐고 그렇게 하면 빨리 나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상처 난 곳에 금세 딱지가 생기고 곧 아물었다. 나만의 민간요법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공이 흘러가는 쪽에 마음에 들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때 난 점프를 3미터쯤 뛰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