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홉시쯤 하노이에 돌아온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했다. 하루 종일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탓에 지쳐버린 몸이 조금이나마 생기를 되찾았다. 방금 전까지 가벼운 물기로 찰랑거리던 머릿결은, 허기진 배를 채우러 거리를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습기로 답답해졌다. 오분쯤 걸었을까. 어느 곳을 들어가야 할지 갈피가 서지 않아, 제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근처의 식당을 검색해보았고, 운이 좋게 하노이 내 맛집 3등이라고 나오는 곳을 찾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맞은편이었다. 빈자리에 앉으며 벽에 걸린 메뉴를 보니, 가게 간판에 적힌 이름이 맨 위에 적혀있었다. 분보남보. 허기진 배 때문만은 아니었고, 분명 맛있었음을 확신하는 이유는 먹는 내내 혼잣말로 “아 진짜 맛있네”를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밤거리를 걸었다. 여전히 도로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가득했다. 서너 명 탄 오토바이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운전하는 엄마 앞에 앉아 책을 읽던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