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는 것이 좋았다. 비오는 날이면 아버지한테 차 키를 받아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들었고, 좋아하는 음악들로 CD를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들어보라고 나눠주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저것 찾아듣다 보니 적지않은 음악들을 가지게 되었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재미를 알게되었다. 내가 아는 음악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Bar 혹은 Cafe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대학생 때 가진 꿈이었다.
꿈은 일단 제쳐두고, 내 귀를 충족시켜주는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 맘에드는 음악이 들리면 괜히 앉아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한잔 시켰다.
홍대에 있는 [카페 에반스(Cafe Evans)]를 몇 년만에 가보았다. 그날의 공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들어갔다. 넓지 않은 공연장을 채운 따스한 주황빛, 몸을 들썩이는 트랙리스트, 애정 가득한 뒷모습들, 집에 갈듯말듯한 우리 둘의 묘한 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