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Korea, 20150217-2

용눈이 오름에서 내려온 나는 가시리로 향했다. 숙소를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로 옮길 참이었고, 그곳 가시리에도 유명한 오름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뒤, 따라비 오름에 도착했다. 용눈이 오름보다는 좀 더 수고해서 오른 따라비 오름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선으로 가득했다. 부드러운 능선과 그 위로 놓인 여러 갈래 길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는데, 손으로는 전부 매만질 수가 없었기에 발바닥으로나마 그 느낌을 대신했다. 바람이 참 많은 날씨였는데도 추운 줄도 모르고 계속 걸었고, 해는 아직 높은 곳에 걸려 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있기로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차에 두고 온 오렌지 쥬스가 미치도록 먹고 싶어졌다. 지난밤의 숙취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해 질 녘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해 질 때가 거의 다 된 시간이라 내려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차에 있는 오렌지 쥬스를 챙겨 한 모금 마시면서 또다시 오름을 올랐다. 단물로 목을 축이니 잠시 세상이 내 것 같았지만, 해가 지기 전에 다시 오르기 위해 뛰어오르던 나의 몸(허벅지)은 잠시 내 것이 아니었다. 겨우 오름을 다 오르자마자 해는 10초 만에 자취를 감췄고, 나는 주저앉아서 남은 오렌지 쥬스나 마셨다. 심장 터져 죽을뻔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