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던 이번여행에서 월정리는 거의 마지막 경유지였다. 부쩍 늘어난 카페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하다. 서둘러 들어가지 않고 월정리 주변을 둘러보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하지만 유명세를 많이 탄 탓인지, 자리가 남는 숙소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잠시 카페에 앉아 방법을 찾던 중, 마음만 잔뜩 가지고 아직은 가보지 못한 사려니 숲이 생각났다. 서둘러 사려니 숲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았고, 다행히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시간여를 더 앉아 있었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 늦을 순 없어서 우비를 챙겨입고 빗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루 전 땡볕에 잔뜩 타버린 콧등에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졌다. 따끔했다. 계기판을 보니 60km/h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빗속을 그렇게나 달렸으니,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