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행객들과 나란히 앉아 수화물을 기다리다 이번엔 백팩 하나만 가져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아무런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도착해버린 나는, 그나마 호안끼엠이라는 호수 근처가 중심지라는 것을 겨우 알게 된 후, 공항 직원에게 택시를 잡아달라고 했다. 공항 직원이 호안끼엠 근처의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고, 호안끼엠 근처 아무 데나 내려달라고 대답했다. 사실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할까 했었지만, 시내까지 간다는 17번 버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대신 07번 버스만 보였다. 행운의 숫자가 이리 오라 손짓했지만 넘어갈 수 없었다. 공항 직원을 통해 택시를 잡았고 금액을 미리 합의했기 때문에 바가지는 면할 수 있었다. 아니, 면했다고 생각한다.
호안끼엠의 어딘가에 도착한 나는 지도를 대충 확인한 뒤 북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왕복 2차선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에게 주도권을 내준 것 같았고, 비좁은 인도엔 잠시 휴식 중인 이륜차들로 가득했다. 가끔 그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은 현지인보다 백팩 멘 여행자들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게스트하우스 몇 군데를 둘러보았고,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저렴했던 곳에 짐을 풀었다. 평소 베트남 쌀국수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주린 배를 움켜잡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간 식당이 베트남에 있는 쌀국수 집이라니, 웃고도 남을 일이었다. 안쪽이 시원하다는 종업원의 말에 맞장구치고, 테라스에 앉았다. 그나마 덜 기름진 야채 가득한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건물 고층에 있던 카페의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각종 이륜차들이 내뿜는 매캐한 매연 냄새를 맡으며, 시럽에 아이스 카페 라떼를 섞어 음미했다.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