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가기로 했던건 그냥 맑은 가을날씨를 만끽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 앞 카페에 잠시 들렀다. J의 생일이 일주일 정도 남았던지라, 생일선물을 준비한 참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생일선물로 카메라를 준비했고, J에게 필름카메라인 Minolta X700을 건넸다. 첫 필름카메라인 FM2를 산 지 딱 2주만이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 재미를 같이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카페를 나섰다. 지도를 찾아 도착한 곳은 북한산 둘레길 8코스였고, 구름정원길이란 곳이었다. 힘들때마다 잠깐씩 쉬었고, 기분좋은 가을바람으로 땀을 식혔다. 둘레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걸었는데, 불광사와 북한산 생태공원을 지나니 그새 8코스가 끝났다. 몸은 살짝 달궈진 상태였지만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7코스까지 걷기로 했다. 이름은 옛성길. 어느덧 우리도 숨이 차올랐고, 너른 바위를 만나 잠시 쉬고 있었는데 시츄 한마리가 열심히 올라오더니 힘이 들었는지 자리를 깔고 한참을 헥헥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7코스를 마저 걷다가 만난 이정표를 보고 하산했다. 그게 7코스의 끝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리 오래지 않아 주택가가 보이기 시작했고, 가장 가까운 역을 찾아보니 홍제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