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대단히 피곤했던 이유는 전날 늦게 잠들어서 일 것이다. J와는 갈등의 골이 한참 깊어져갔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과의 갈등인지도 모르겠다. 바람은 뺨을 스치며 그 안의 복잡한 것들을 살짝 덜어간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지코지를 한바퀴 다 돌아갈 무렵, 시퍼런 바다를 사이에 놓고 성산일출봉이 눈 앞에 펼쳐졌다. 거센 바닷바람이 멈추지 않았고, 몸과 카메라를 든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짜릿했다. 오랜만에 입 밖으로 큰 환호가 터져나왔다.